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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보 다

갑상선암 입원/수술을 겪으며 (마음속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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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에 걸렸었고, 수술을 했으며, 현재는 회복중인 아내가 블로그에 글을 올려달라고 합니다.

갑상선암 전후로의 생각을 정리한 수기같은 글입니다.

글을 써서 올리는 이유를 묻자, 아마도 갑상선암에 걸린 환자라면 본인이 했듯이 수 많은 검색을 통해 이런 저런 글들을 볼텐데 그중에 자신의 글을 보며 조용하게 위로가 되고싶다 합니다. 

그렇다면 길게 설명할 이유가 없네요.

아래는 아내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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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갑상선 암이라니....
갑상선 암 진단을 받고 막막했습니다 
아는게 하나도 없고 들은 바도 없다보니 절박한 심정으로 검색하는것 밖에 방법이 없었어요.
그렇게 갑상선 암 정보를 찾았고 어떻게 의사선생님을 만났으며 어떻게 수술했는지 닥치는대로 후기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저는 글쓰는걸 즐겨하지 않고 글재주도 없지만 여기저기 블로그와 카페에서 정보 얻은게 많아서 
저처럼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마음이 다급해지신 다른분들께 도움이 되어보자 경험글을 남깁니다

저는 2020년 6월말 집근처 여성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했어요
유방초음파를 하다 초음파실 실장님이 "갑상선도 같이 봐드릴게요." 하셔서 아무생각없이 "네~" 했던 것이 제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올줄 그땐 몰랐지요.  
갑상선에 종양이 있으니 내과 선생님과 상담해보시라 말씀하시더군요. 
건강검진 결과를 간단히 듣는 자리에서 내과선생님께 갑상선 종양에 대해 문의하니, 
"이렇게 봐선 종양사이즈가 좀 큰데 이럴 경우 갑상선 암이 의심된다. 9월쯤 방문시(다른 일때문에 방문 예정이 있었어요) 갑상선초음파를 해보고 사이즈 변화가 있으면 조직검사를 해보는게 좋겠다"는 말을 들었어요.  
'아~~종양이라니.....이게 뭔일이야.........' 덜컥 겁이 났습니다.
집에가서 남편에게 오늘 있었던 과정을 얘기하니 
"갑상선 암일리 없어 걱정하지마~이렇게 건강한데 무슨 암이야"
"그렇겠지??"
건강염려증있는 제가 평소에도 몸에 이상이 있으면 유난을 떨었던터라 남편의 반응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몇 주 뒤에 도착한 건강검진 결과지에도 갑상선 수치는 정상으로 나왔으니 남편은 더더욱 갑상선 암일리 없다고 걱정하는 저를 위로해주었어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갑상선 호르몬 수치변화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갑상선기능저하증에 의한 경우이고 갑상선암과 관계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내몸에 종양이 있다는데.. 암일지 모른다는데 가만히 있을수 없었죠.
9월로 예약했던 병원에 2주만에 재방문을 하게 됩니다.
갑상선 초음파를 보고 결과를 듣는데 종양이 갑상선 왼쪽에 0.4cm, 오른쪽에 0.9cm 이렇게 2개가 있고 오른쪽 종양 모양이 암으로 의심되니 조직검사를 해보자고 하셨습니다. 
남편없이 혼자 방문한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해보자하니...머리가 멍 해졌어요. 세상 쫄보라 겁많은 제가 눈물이 날것 같았지만 어쩌겠어요 검사해야지......
혼자 왔으니 더욱 마음을 단단히 먹고 유방외과로 내려가 조직검사를 받는데 머리를 뒤로 젖히고 주사기를 꽂아서 조직을 빨아내는 방법으로 검사를 하더군요.
(나중에 검색해서 알고보니 그 조직검사 방법이 세침검사였습니다)
목뼈를 중심으로 왼쪽 오른쪽 주사기로 찔러 검사하는데 엄청 긴장했어요.
침을 삼킬수도 목을 움직일수도 없었으니 완전 얼어있었습니다.
목을 지압하고 병원에서 대기하는동안 제발 암은 아니길 바라는 마음 뿐이었어요.
나에게 왜 이런일이 생기는건가....어린 애가 둘이나 있는데 수술하면 애들은 누구에게 맡기나...
검사 결과는 일주일 후에 듣기로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말 그대로 착찹했습니다. 
목에 밴드를 왼쪽 오른쪽 각 하나씩 2개 붙이고 집에 돌아가니 아이들을 돌보던 남편의 반응.... 
"목이 왜그래????" 
"뭐?! 목에 조직검사 한다고 말 했는데 조직검사를 어디로 하는지 알았냐?" 야이 @##@%@#$ 
"목에 주사바늘 꽂았다" 야이 @#%#$#$%
서운하고 무섭고 속상한 마음이 남편에게 쏟아져 나왔네요.
멋쩍었는지 "미안해 허허" 하길래 봐줬습니다.
역시 당사자가 아닌 사람은 이 기분을 이해하지 못하는걸 다시 느꼈습니다.
서운해 할 필요 없지요. 겪어보지 않은사람은 이해 못하는게 당연하니.

 

세침검사 후

일주일 뒤 병원에서 결과가 나왔습니다.
왼쪽종양은 양성종양, 오른쪽 종양은 암!
"유전자검사, 조직검사 모두 갑상선 암으로 나왔으니 큰병원에 가보세요. 수술할 병원 결정해서 방문하시면 의뢰서 써 드릴게요"
"갑상선 암은 울고불고 할 암은 아니에요. 치료 잘 받으면 됩니다"
 이날도 혼자 방문한 저는 병원비 결제하며 울먹울먹 눈물이 났습니다.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난 성인이니 울면 안돼~ 울면 창피할거야' 생각하며 내 생각과 다른 눈치없는 눈물을 꾹 참았습니다.

'아~ 내가 갑상선 암이라니.....'
집에 돌아오는길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이제서야 하는 말이지만 "갑상선 암은 울고불고 할 암은 아니에요"라고 하신 유방외과 원장님 정말 서운했어요.
많은 암중에 가벼운 암으로 치부되는 갑상선 암일 지라도 암은 암입니다.
"갑상선 암은 울고불고 할 암은 아니에요" 라구요? 울고불고 하는건 제가 알아서 하는거에요. 왜 당신이 판단하냐고! 당신이 걸려봤냐고!"
네, 전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읊조렸습니다. 
다른 암에 비해 완치율이 높은 암이라는건 많은 자료로 검증된 사실이지만 '당신은 암이다!' 라고 확진하는 자리에서 저리 말하면 안되는 겁니다. 울고불고 할 암이 아니다 라니요.....이게 말입니까?

제가 가진 종양은 추적관찰할 사이즈가 아니었기에 수술을 빨리 결정할수 있었지만 종양사이즈가 작은분들은 갑상선 암수술이 고민되실거라 생각되요.
갑상선암도 전이가 됩니다. 저는 작은 사이즈였지만 혹시나 폐쪽으로 전이됐을까봐 CT 결과를 들을때까지 내심 겁먹기도 했어요.
암을 늦게 발견한탓에 림프절로 전이되어 전절제를 했다는 지인도 있고 검색결과 반절제 몇년뒤 전이되어 재수술했다는 분도 제 주위에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보니 하루라도 빨리 암덩어리를 떼버리고 싶었어요. 틈나는대로 검색해서 수술할 병원을 결정하고 방문하여 수술날짜 잡는 것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했습니다. 
 
중간에 의사파업기간도 있어 수술이 밀렸다는 카페글도 봤는데 제가 수술하기로한 일산 차병원은 다행히 그런일이 없었어요.
하지만 암진단 후 수술까지 2달, 기다리는 시간이 나에게만 느리게 흐르는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왜 암이 걸렸을까, 내가 뭐가 잘못된건가, 생각해 봤어요. 
두 아이 키우면서 나를 잃어버린 것 같았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미혼일때는 나만 생각하고 살았는데 결혼하고보니 내 맘대로 살아지지 않았던 현실에 답답하고 우울했지요.
육아하며 체력에 한계를 느낀적도 많았고, 스트레스와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좌절을 느끼며 지냈어요.
가족안에서 행복하지만 '나'라는 인간이 없어지는 슬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의 널뛰기를 반복하며 그런 복합적인 것들이 이런 결과를 낳았구나라는 생각에 달했습니다.
갑상선 암 수술 결정 이후 가만히 있으면 우울했고, 무기력했고, 슬펐기 때문에 일부러 책을 읽어 눈을 바쁘게 했고 재미있는 방송이나 유튜브를 찾아보며 실없이 웃기도 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수술, 퇴원했고 지금은 회복중입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저는 운이 좋은 케이스라 생각해요.
다른 암이 아닌 갑상선 암이라 회복도 빨랐고 나를 돌아볼 시간도 있었으니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수술하기 전보단 몸이 가볍지만 회복 중이기에 슬슬 일상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갑상선 암은 흔하더라.
갑상선 암은 착한 암이래.
제 수술사실을 알게 된 지인들 역시 그런 시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선은 너무 잔인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대부분 갑상선 암 환자이시거나 가족이시겠지요.
당신이 갑상선 암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신다면 자신을 위로해주세요.
가족이 갑상선 암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셨다면 가족을 위로해주세요.
'그동안 피곤하고 힘들었지? 수술하면 괜찮아 질거야' 라고 말해주세요.
그것이 갑상선 암 진단을 받은 사람에게 지금 꼭 필요한 말입니다.

갑상선 암 진단을 받은 여러분 힘내세요.
곧 나아지실거에요. 
저도 나아지고 있습니다.
갑상선 암이었고 수술했고 회복 중인 아줌마의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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