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 보 다

아세안 자연휴양림 / 필리핀 1 / 경기 / 양주시 / 2018년 6월

반응형

여름이 시작되려는 6월에 아세안자연휴양림을 다녀왔습니다.

수도권에 있는 국립자연휴양림 중 가장 최근에 지어진 휴양림이고, 이름만 아세안이 아니라 아세안인이 포함된 다문화가정에게 혜택을 주는 휴양림이죠.

그리고 체감상이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작년까지 아세안은 굉장히 예약이 어려운 휴양림이었는데 올해 언제부턴가 예약이 조금 쉬워졌다는 느낌입니다.

 

아세안 휴양림의 가장 큰 특이점이라면 지금까지 봐왔던 국립자연휴양림들과 다르게 자연 깊은 곳에 위치하지 않았다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국립휴양림이라고 해서 꼭 자연 깊숙한 청정지역에 위치해야 하는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국립휴양림들은 국립공원들 처럼 도심지역과 거리를 두고 자연이 보호되는 곳에 위치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좋게 말하면 방문객이 많은 관광지역에 위치하고 있어서 접근성이 뛰어나고, 나쁘게 말하자면 자연휴양림이라고 느낄새도없이 도착하는 느낌이지 않을까합니다. 이용객에 따라 장단점이 될 수 있는 점이겠네요.  

 

도착하면 정문의 무인기가 반겨줍니다.

운영주체가 국립이던 지자체던 자연휴양림을 다녀보며 처음 보는 모양새입니다.

차단기 옆에 관리소와 음성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인터폰이 있으니 너무 놀라지는 마시구요.

다만 조금 불편한건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휴양림 운영의 효율에 도움이 된다면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사실 휴양림의 관리동(소)는 휴양림 가운데 혹은 접근성이 뛰어난 곳에 위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거의 대부분의 휴양림을 보면 출입구 쪽에 관리동(소)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작 중요한 내부시설과 숙소관리에 있어 불편하고 어려워지게 되니, 아세안 휴양림처럼 정문의 출입관리는 차단기로 해결하고 직원은 휴양림 안쪽의 관리동에 위치하는 것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합니다.

 

아세안 자연휴양림의 안내도를 봐도 그리 넓지 않은 면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보통의 국립자연휴양림처럼 숲속의집, 연립, 휴양관 등의 구분이 이루어져있고 야영장도 있으며, 각 휴양림만의 특별한 액티비티를 위한 공간이 있는 등... 아세안은 그런 구분과 시설이 전혀 없습니다. 단지 아세안 각 나라의 건축양식을 참고해 만든 각 객실들만 있을 뿐입니다.  

관리동의 모습. 아세안 건축물들 사이에서 한옥으로 지어진 관리동이 빛납니다.

객실들은 아세안 각 나라의 양식이지만, 휴양림의 주체라 할 수 있는 건물인 관리동은 한옥을 따랐다는 점이 맘에 드네요.

이 아세안 휴양림은 한국에서 만들고 관리하는 시설이라는 설명을 건축양식이 한마디로 정의하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균형이 맞는 느낌입니다.

​아세안 자연휴양림은 산기슭에 자리한 모양새라 관리동부터 경사진 길을 올라가면서 객실들을 하나씩 만나게 되는 구조인데요,

좁은 면적에 휴양림을 만들다보니 어쩔 수 없지만, 이런 경사진 휴양림은 방문객에게 여유롭고 편안한 느낌을 주기 힘들다는 사실도 분명합니다.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싱가폴 객실인데 아세안 휴양림에서 가장 이국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이건 개인차가 있을 수 있으니 직접 보시길.

건물 뒷편에서 바라본 싱가폴 객실

 4개실이 하나의 건물에 있는 형태로 아세안에서 가장 '연립동'스럽습니다.

아세안 휴양림은 연립동, 숲속의 집 등 이러한 구분자체가 없습니다.

 싱가폴 객실을 멀리서 떨어져 보면 이런 느낌입니다. 우측 아래로 보이는 것은 관리동의 한옥기와로 만들어진 지붕입니다.

싱가폴 위쪽으로 위치한 말레이시아 객실입니다.

 

말레이시아를 상징한다는 독수리상이 놓인 정문방향에서 바라본 모습
  말레이시아 뒤쪽으로 약간 더 높은 지대에 위치한 베트남 객실

베트남은 아세안 휴양림 객실 중 가장 실용적으로 보이는 외관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방문객 입장에선 특별하고 화려한 객실을 선호할텐데 아쉽...

그 위로는 라오스 객실이 있습니다.

 라오스는 전체 객실 중 가장 넓은 공간을 가진만큼 단체가 묵기에 적합해보입니다. 참고로 홈페이지에는 12인용으로 설명되어있네요.

그 위로 위치한 브루나이 객실입니다.

건물아래 얕은 물가를 만들어서 수상가옥임을 나타내려 한듯한데요, 그 물이 깨끗해보이질 않아서 모기가 걱정되는 비주얼이었습니다.

가족이 사용한다면 아이들이 모기에 뜯기지 않을까 심히 걱정되네요.

 

브루나이 위로는 미얀마 객실이 있습니다.

좌측에 살짝 보이는 건물이 태국인데 아쉽게도 가까이서 찍은 사진이 없습니다.

미얀마 객실의 저 발코니 위치라면 휴양림과 주변이 한눈에 잘 들어오는 뷰가 있지않을까 합니다.

 

 좌측아래가 미얀마 객실이며 그 위로 캄보디아와 지붕에 과하게 힘을 준 인도네시아가 보입니다.

캄보디아 객실앞에서 바라본 모습.

다른 신앙에 대해 배타적인 종교를 가진 이라면 불편할 수 있겠다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기우이길 바래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타인의 종교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내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과 그 사람의 종교 둘다 문제가 크다고 봅니다.

살면서 상종하지 말아야 할 인간들이겠죠.

아세안 자연휴양림의 전체 객실 중 가장 눈에 띄고 화려한 객실인 인도네시아

지붕에 저렇게까지 힘을 주고 지었어야하는 그들의 문화는 잘 모르지만 분명한건 가장 기억에 확실히 남는다는 점입니다.

흔히 아세안이라 불리는 동남아지역이 열대기후임을 감안하면 한국인 입장에서 아세안 각국들의 건축양식을 뚜렷하게 구분하기는 사실 힘듭니다.

하지만 이정도의 '스타일'을 갖춘 건물이라면 뭐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힘들지 않을까합니다.

(오래된 게임인 스트리트파이터의 류나 켄보다 가일의 인상이 더 깊게 뇌리에 박힌것과 같은 이치아닐까요?) 

휴양림 가장 윗쪽에 위치한 건물은 필리핀입니다.

사진상 보이는 앞건물이 필리핀(1), 그 뒤가 (2)객실입니다.

우리는 (1)객실을 이용하였고, (2)는 일반인 이용이 되지 않는, 휴양림에서 사용하는 객실이라네요.(홈페이지에서 그렇게 안내되며 예약이 불가합니다)

전체 객실 중 옆객실과 구획이 가장 확실해서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용자라면 가장 선호할 객실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2)객실은 평소에 사용되어지지 않으니 저 공간을 오롯이 필리핀(1)이용객이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네요.

 

객실에 들어서면 거실역할을 하는 공간이 눈에 먼저 들어옵니다.

TV뒤로 라푸라푸족장이 프린트된 벽지가 보이네요.(건물 바깥의 동상에 이어 또 한번 등장하는 것으로 봐서 필리핀의 대단한 영웅임에 틀림없는듯)

에어컨은 1박당 2천원의 별도 요금을 내고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휴양림이 대체로 습한 편이라 초여름부터 늦여름까지는 반드시 사용이 필요할 것으라 느껴졌습니다.

 거실 옆 방향으로 뻗은 부엌공간인데요, 심플하고 간결합니다.

참고로 신축 휴양림이 좋다고 느끼는 순간은 대체로 부엌과 욕실에서입니다. ㅎ

  그 옆으로 보이는 방

방은 그리 넓지 않으며 성인기준 3명 정도 누울 수 있을듯합니다.

부엌 우측으로는 화장실

 사진은 없지만 샤워부스를 따로 구분한 형태인지라 사용이 편리했습니다.

 

객실앞 발코니는 넓지 않지만 이렇게 데크가 깔려있어 간단히 이용하기에 좋았습니다.

저는 여기에 접이식의자를 펼치고 앉아 휴양림을 내려다보며 맥주를 홀짝 홀짝 마셨습니다. 모기의 습격이 예상되는 만큼 모기향같은 준비물이 필요해보입니다.

데크에서 내려다보면 대충 이런 느낌입니다.

좌측 아래가 미안먀, 가운데가 캄보디아, 그리고 우측에 살짝 보이는 건물이 인도네시아입니다.

 

아세안은 컨셉이 확실한 자연휴양림입니다. 하지만 휴양림이 위치한 지형적 특성때문에 마음 편히 바깥 활동을 할수가 없는 점은 아주 큰 단점입니다.

그래서인지 각 객실의 건축양식을 한번 구경하고 나면 더 이상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듯 하네요.

(게다가 휴양림 내부의 도로가 좁기에 주차는 관리동 아래의 지정된 주차장에 할 수 밖에 없어서, 덤벙댔다가는 멀리 주차되어있는 차량까지 내리막/오르막길을 왔다갔다하는 수고스러움에 짜증이 날지도 모릅니다) 

단, 접근성이 다른 자연휴양림보다 좋기에 수도권 서북부에 사는 시민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이용이 가능해보입니다.

 

그 동안 아세안 자연휴양림을 사진으로만 접해볼때는 기대감이 상당했으나, 실제 이용해보니 기대감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은 안타까웠습니다.

보여지는 면은 분명 화려하고 특색있으나 자연휴양림의 기본 가치인 자연속에서의 편안한 휴식과는 거리가 있어보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아세안 자연휴양림은 '소문난 잔치'가 아닐까하는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