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와이프에게 갑상선암이 찾아왔습니다.
종합건강검진의 초음파검사에서 우연히 발견하였는데요, 조직검사 후 갑상선 유두암이란 판정을 받게 됩니다.
비록 주요 암은 아니라지만, 와이프에게는 시련으로 찾아왔고 속상했는지 많이 울더군요.
갑상선 유두암은 진행속도가 늦다고 거북이암이라고는 한다지만 종양사이즈가 작지 않은탓에 빨리 전문의를 찾아보라는 소견을 듣고, 슬퍼할 겨를없이 빨리 암을 제거하려 병원부터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집과 가까운 곳에서 큰병원을 찾는다면 신촌세브란스, 이대목동, 국립암센터 그리고 차병원쯤 되보였는데요, 갑상선암 분야에서 명의로 인정받는 박정수 교수님이 계신 일산의 차병원로 예약을 잡았습니다.
박정수 교수님은 포브스 선정 대한민국 명의 100인 중 한분이라는 사실로 유명한데요 저는 이런 랭킹류를 잘 믿지않습니다. 그런데 내 가족이 아프다하니 이왕이면 유명한 분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무래도 임상경험이 많으면 그만큼 보는 눈이 정확하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말이죠.
일정을 간략하게 말씀드리자면,
6월 말 건강검진 > 7월 중순 조직검사 > 7월 하순 갑상선 유두암 판정-바로 병원예약 > 8월초 일산차병원 방문및 검사 > 9월하순 수술.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일산 차병원이라는 곳이 개원한지 얼마되지않아 스케줄에 여유가 있는 듯 해보였습니다.
박정수 교수님이 이곳으로 옮기기 전 계셨다는 강남 세브란스의 경우 예약에 3개월 이상 걸린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보였거든요.
시국이 시국인만큼 입원전날 코로나 검사를 받았습니다.
모든 입원환자는 입원시점 이전 72시간 이내에 내려진 음성판정이 있어야만 입원이 가능하다는 정부지침이 있어서지요.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치임에는 틀림없지만 막상 하려니 귀찮기는 합니다.
(* 입원전 코로나 검사비용에 관해 여러 말들이 많은데요, 보험(국가의료보험X, 민간의료보험 - 주로 실손보험이 해당)이 적용된다 안된다로 의견이 갈립니다. 저희는 아직 청구전입니다만, 일단 청구해볼 계획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 하나,
코로나로 예방지침이 까다로워지다보니 1인실을 제외한 다인실의 경우 보호자의 면회가 까다롭습니다.
- 입원 환자별 1명의 보호자를 지정할 수 있고
- 지정된 보호자는 하루 한시간 이상의 면회를 할 수 없다
그래도 수술한 환자라면 거동이 힘들고 불편한데, 한시간만 면회를 허용한다는 것이 굉장히 받아들이기 힘드네요.
물론 병원측에서는 의료진이 확실히 케어해준다고는 하나, 보호자나 가족만큼 편하게 수발을 들 수있는 의료진은 세상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코로나 검사 결과는 그 날 자정이 되니 문자로 통보하네요. 음성.
다음날, 입원에 필요한 짐들을 싸들고 입원수속을 밟고 입원실로 향합니다.
병원이 병원답지 않은 인테리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후의 사진들에서도 확인이 가능한데요, 일단 병실도 다른 병원들과 비교해서 뭔가 환하고 따뜻한 느낌이 강합니다. 우드의 컬러와 무늬를 많이 쓴 영향도 커보입니다.
날씨가 매우 좋고 오후의 한창 밝은 시간대에 사진을 찍어 2인 병실이 환하게 나왔습니다.
실제 입원기간에도 이런 날씨면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되겠죠?
답답하거나 긴장되는 병실분위기가 아니라 어서 쾌차해서 밖으로 쏘다니고 싶은 분위기 입니다.
차병원이 여성전문병원이라 그런지 인테리어와 분위기에 굉장히 신경을 쓴다는 느낌이 병실에서부터 느껴집니다.
아 저 핑크이불, 햇빛의 밝기때문에 실제보다 과한 컬러로 나왔습니다.
환자 침대 옆 창가쪽에 보호자용 의자 겸 간이침대가 보입니다. 그런데 모든 병상에 적용되는건 아닙니다. 개수가 정해져있어서 모두가 쓸수는 없다고 하네요.
저 핑크 이불의 두께가 얇아보여 춥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는데요, 아주 따뜻한 이불입니다.
이불 안쪽으로 극세사 안감이있어 취침시 따뜻하고 땀이 나는 경우도 있다고 와이프가 그러네요.
병원입원 시 추울걸 대비해서 개인 이불을 들고 오는 경우가 있는데, 일산 차병원은 굳이 여분의 이불을 들고 오는 수고는 하지 않아도 될듯 합니다.
저 헤드콘솔뿐만 아니라 병원의 모든 것이 새것입니다. 하지만 환자 가까이서 자주 눈이 가는 시설이 깨끗한 새것이라면 더 기분이 좋겠지요. 콘솔 가운데 붉은 버튼이 간호사 호출버튼이고 그 옆에 달린 것은 호출버튼 겸 마이크라고 합니다. 거동이 불편하고 아픈 수술 후 첫날에 아무래도 사용할 일이 있을테고, 저희도 그때 몇 번 사용했습니다.
빨간 버튼을 누르면 가운데 보이는 스피커를 통해 간호사의 빠른 응답을 들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저기로 이야기를 길게 나눈다는건 큰소리로 이야기해야 하기에 불가능(불편)하며, 병원측에서도 실제 호출인지의 확인과 위급상황 여부 정도만 체크하고 간호사가 오는듯합니다.
어느 병원에서나 자주 보게되는 구획용 커튼입니다. 병원분위기상 핑크나 이쁜 컬러로 적용해도 이상하지 않을법한데, 의외로 평범한 컬러를 사용했네요.
요즘 같은 시기는 물론, 병실이라는 공간적 특수성을 감안했을 때 반드시 필요하다 생각되네요. 눈에 잘 띄는 곳에 위치시킨 의도도 좋습니다. 물론 병실 내 욕실에도 세면대는 갖춰져 있으며 욕실의 세면대는 저보다 훨씬 큰 사이즈입니다.
역시나 모든 시설이 새것이며 관리가 잘 되고있는 편입니다. 용변 후 따로 물내림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해서 볼일이 끝났다싶으면 물을 자동으로 내립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위한 스마트한 기능이라 생각됩니다.
샤워용품을 챙겨간 와이프는 입원일 저녁 목에 수술부위 표시를 하는 바람에 입원하는 동안 샤워를 할 수 없어 당황했다고 합니다.
일산 차병원의 지하 주차장은 7층까지 꽤 깊이 지어져있어 주차가능대수가 매우 많을 것 같지만, 한 층마다의 면적이 그리 크지 않은 탓에 총 주차가능대수(주차면)가 적어보였습니다. 그래서 면회객이 몰리는 시간에는 주차하기가 정말 어렵더군요. 이건 대형병원이면 어디나 마찬가지인 사항이긴하지만, 아직 환자들이 붐비지도 않는 병원이 벌써부터 주차가 어렵다하면 한해 한해 지날수록 이용객의 불편이 더 가중될것 같네요.
몇몇 시간대를 이용해본 결과 오전의 주차가 훨씬 힘든편이며, 월화와 같이 주말 뒤의 평일이 가장 몰리는 듯 합니다. 오후 3~4시 이후에는 주차에 전혀 지장이 없는 편이었구요.
주차지원에 대해 간략하게 알려드리자면,
외래는 병원이용목적에 따라 지원받을 수 있는 주차시간이 다릅니다. 자세한 내용은 위의 사진을 참고해주세요.
그리고 입원환자의 경우인데요, 입원/퇴원/수술 각 당일은 등록된 1대에 한해서 전일 무료적용됩니다.
그보다 저는 입원기간동안 면회를 위한 보호자의 주차는 얼마나 지원이 될까가 가장 궁금했는데요,
입원/퇴원/수술이 아닌 날은 하루 1시간만 무료지원이 됩니다. 그렇다면 10분당 500원씩 부과되는 주차비가 부담이 될 법한데요, 그럴때는 1~3층에 위치한 상가를 이용하고 주차를 지원받는 것이 좋습니다. 상가이용 시 2시간을 지원해주는데요, 등록된 보호자의 차량이 1시간을 지원받을 수 있으니 도합 3시간의 주차지원이 됩니다. 저는 입원기간동안 몇 번이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그외는 오후 6시부터 익일 오전 8시까지는 무료주차가 된다고 하니 속편하게 이 시간대에 면회를 하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봅니다.(등록된 차량은 입원기간동안 1시간 무료가 있으므로 오후 5시에 입차하면 밤늦게 출차해도 무료라는)
입원당일 나눠주는 유인물입니다. 아무래도 초미의 관심사는 '수술'이므로 오른쪽의 유인물 내용은 유심히 봐두는게 좋습니다.
경험의 팁을 공유하자면,
4번. 심호흡을 당부하는 말을 간호사로부터 여러번 듣게 될터인데요, 수술직후에는 몸에 힘이 없어 누워있는것 조차 힘든 일이지만 심호흡을 계속하지 않으면 가스냄새가 계속나서 어지럽고 구토증이 나기때문에 복식호흡을 무조건 해야한다고 합니다. 와이프는 숨쉴때마다 폐가 아팠는데 복식호흡을 계속하니 아픈증상도 나아졌다고 하네요.
7번. 수술부위의 혈관이 압력에 의해 터질 수 있으므로 가급적 기침을 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주 사래 걸리는 분이라면 특히 조심해야 할듯 하구요, 어쩔 수 없이 기침이 나올땐 수술부위를 손으로 지지하듯 누르고 기침하라고 하네요.
10번. 수술부위 유착방지를 위해 수술 다음날부터 책자에 나와있는 운동을 계속 해주는게 좋습니다. 목운동을 열심히해야 상처도 예쁘게 아문다고 하더라구요.
여기에 나와있진 않지만 와이프가 알려준 꿀팁!! 목이 뒤로 꺾인 상태에서 2시간 이상 수술을 하게되다보니, 뒷목과 어깨통증이 심하다는 후기가 많았는데 제 와이프는 수술 후 뒷목과 어깨 통증이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비결은 수술 전일부터 부지런히 목운동을 하여 근육을 풀어놓았기 때문이라네요. 짬날땐 무조건 목운동!
긴장도 풀고 병원시설도 구경할 겸 휴게실로 나가보려합니다.
출입구와 가까운 곳의 병실은 주로 4인 이상의 다인실이었는데 이렇게 텅 비어있네요. 아무래도 2인실부터 보험이 적용되다보니 2인실 이상의 병실은 비인기인 탓이 크지 않을까 하네요.
병실현관을 나오면 이렇게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는 공간이 나오게 됩니다.
흔히 볼 수 있는 병원의 느낌이 아니죠? 고급스럽고 따뜻한 느낌입니다. 총 4기의 승객용 엘리베이터가 있고 사진 뒤쪽으로 화물용(비상용)엘리베이터 1기가 있습니다.
차가운 느낌이 드는 흔히 보이는 스틸(은색)계열의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브라운계열에 맞춘 따뜻한 컬러를 품고있습니다. 병원을 짓기전 충분히 고려되었다는거겠죠.
휴게실은 병실공간과 확연히 다른 느낌입니다. 굳이 차분한 톤으로 맞추기보다는 경쾌한 느낌으로 환자와 가족들에게 활력을 주려 한것 같네요.
가운데 통로 양쪽으로 창가를 보며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배치해두었습니다.
조명이나 디테일한 시설들에 신경쓴 흔적이 보입니다. 여성전문병원이다보니 어떻게해야 여성의 공감과 호감을 받을 수 있는지 잘 알고있는듯합니다.
갑상선암이 비교적 회복이 빠르고 몸에 무리가 적어서 입원중인 환자들이 자주 휴게실에 나와 담소를 가지는데요, 이럴땐 이런 티타임용 테이블셋이 좋지요. 코로나로 마스크를 쓰고서 면회하는 모습들이 그리 편해보이지는 않았지만, 병실에서 마냥 쳐져있는거 보다야 백배낫지요.
왼쪽부터, 무인수납기(차량등록 등 다른 일도 처리), 스낵자판기(현금, 카드가 된다고 하는데요 삼성페이는 안됩니다), 공기청정기, 냉온수기 등이 있습니다.
9층 휴게실에서 바라보면 일산동구청, 동구보건소가 보입니다.
일산차병원의 확실한 장점중 하나가 이겁니다. 장항IC 근처에 위치하고 있어서 접근성이 좋다는 거죠. 적어도 일산 시내에서 겪을 수 있는 교통체증은 걱정없다는 점.
바깥 뷰를 보며 한참 수다를 떨다가 다시 병실로 들어갑니다.
다시 들어가기는 싫지만 어쩌겠습니까 ㅠ
병원같지 않은 병원입니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어느 호텔로비에서 이어진 느낌이죠?
출입을 제한하기 위해 출입구옆의 인식기에 태깅해야 문이 열립니다.
환자, 보호자에게는 바코드가 부착된 ID가 있어서 자유롭게 이용가능합니다.
수술 앞두고 제대로 휴식이 취해질리는 없지만, 그래도 무리하지 말고 침착하게 수술을 준비하기로 합니다.
다음 편은 수술 후 일상과 1편에 담지 못한 병원의 시설을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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