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강원도 춘천의 유명한 닭갈비집 2곳을 다녀왔습니다.
한 곳은 처음으로 가본 곳이었고, 다른 한 곳은 다녀본지 꽤 오래된 집입니다.
춘천엔 유명한 닭갈비집들도 많고, 닭갈비라는 메뉴 하나로 꽤 규모있게 영업하는 집도 많은듯한데요,
아마도 춘천시민 혹은 춘천을 자주 다녀본 분들은 가게의 인지도보다 맛이나 가성비로 닭갈비집을 고르겠지요.
저는 외지인으로서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집, 검색하면 포스팅이 쏟아지는 집 두곳을 가보고 간단하게 비교글을 쓰고자 합니다.
우선 '토담숯불닭갈비'입니다.
검색해보면 엄청나게 많은 리뷰들이 달려있는, 인지도로는 최고의 닭갈비 집이 아닐까 하는데요.
저희가 간 날 역시 코로나19로 조심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식사시간 전후로 꽤 긴 대기줄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맛집을 갔을 때 이 집이 맛집임을 알수있게 해주는 것 중 하나가 대기하는 손님들의 표정이 다르다는 겁니다.
기다리는 것을 힘들어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기대하거나 들떠있는 모습에 가까운 느낌인데, 여기가 그렇게 느껴졌었습니다.
저희도 기대감으로 10여분 이상을 기다리다 입장한듯 하네요.
숯불닭갈비라는 메뉴의 특성을 살리고자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야외공간을 기본으로 하는 식당처럼 보였습니다.
물론 실내공간도 있어서 계절에 구애받지않고 숯불닭갈비를 먹을 수 있지만, 공간의 비중이나 전체적인 가게의 모습이 야외를 바탕에 두고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토담을 방문한 날도 꽤 더운 날씨였는데, 실내 손님이 생각보다는 적었습니다.
숯불닭갈비의 제대로 된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 야외공간을 택한 손님들도 있겠지만 코로나19의 탓이 크지 않았을까 싶네요.
실내에서 숯불닭갈비를 구울 때 발생되는 연기는 각 테이블마다 천장에 달린 연통형 흡입구를 통해 빨려들어가게끔 설치되어 있습니다.
독특하고 이쁜 화장실의 외관에 비해 내부사정은 기대에 못미칩니다.
공간은 좁았으며, 관리는 제때에 이루어지지 않는 탓인지 사용한 휴지가 어지러이 널부러져있고 악취도 있는 편이었습니다.
숯불닭갈비의 정취를 제대로 가진 가게의 분위기에 화장실은 분명히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저희는 3인 세트를 주문했습니다.
3인 세트는 각기 다른 맛을 1인분씩 주문할 수 있어서, 간장-양념-소금이 각 1인분씩으로 구성했습니다.
한시적인 프로모션인지는 모르겠으나 3인 셋이 원래는 6만원이었지만, 5만 4천원으로 주문이 가능했습니다.
게다가 더덕구이, 막국수, 된장찌개와 공기밥 1개도 메뉴에 추가 구성되더군요. 닭갈비 3인분에 5~6만원이라면 분명히 싼 가격은 아닌데 메뉴구성이 좋아서 이해가 되더군요. 하지만 닭갈비 1인분의 양이 많이 아쉽습니다. 확실히 적어요.
닭갈비는 (맛에 상관없이)1인분 1만2천원이며 더덕구이는 1만5천원입니다.
3인 세트를 주문하여 체크표시가 보이시죠?
3인세트에는 막국수 + 된장찌개(공기밥 포함) + 더덕구이가 함께 제공되어 좋긴한데 닭갈비의 양이 단품으로 주문한 것과 동일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여긴 특이하게 인원수대로 생수를 한병씩 지급해줍니다. 으례 식당에서 쓰는 생수통을 예상했는데 의외네요. 개인적으로는 위생상 더 나아보여서 좋았습니다.(물론 물은 더 요청하면 줍니다)
왼쪽부터 간장, 양념, 소금 순입니다.
저희는 (양념이 적게 들어간 순서인)소금 - 간장 - 양념순으로 구워먹었는데요, 개인적으로 소금이 가장 맛있다 느꼈습니다.
처음 구워서 먹는게 아무래도 시장할때 먹는 만큼 제일 맛있을수 있고, 또 개인의 식성에 따라 다르겠지요.
닭갈비의 비주얼은 정갈하고, 석쇠도 짱짱해보여서 좋습니다.
숯불도 화력이 약하지 않아서 익히는데 오래걸리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빨리&자주 뒤집어 줘야하는 단점도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닭갈비를 숯불에 굽는다는 것 자체가 쉬운일은 아닙니다. 양념때문에 더욱 그렇지요.
닭갈비를 구울땐 대화를 하면서도 시선은 항상 닭갈비를 향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타버리곤말아버리니 말입니다. 계속 지켜보며 뒤집어 주는 것, 닭갈비에서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 점 때문에 숯불닭갈비를 멀리 하시는 분들도 제법 있는 걸로 아는데, 깊이 공감합니다)
하지만 그 맛이 기가 막히다면 불편도 감수할 수 있을텐데... 토담의 숯불닭갈비는 어떨까요?
대중적 인기를 가진 닭갈비 맛집치곤 담백한 느낌이었습니다. 분명 단짠, 단맵 같은 맛이 강할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간이 삼삼하다는 것 외에도 닭고기의 느끼함이 적었는데요, 닭의 신선함도 이유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가족단위의 식사에 어울리는 부담없는 맛이었습니다.
막국수는 한마디 해야겠습니다.
면사리를 담아 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국물만 부어서 나오는 형태입니다. 면과 국물이 완전히 따로 놀아서 누구라도 알수 있습니다.
주문량이 많고 그만큼 많이 준비를 해놓아야하는 점은 십분 이해하지만 이렇게 맛없는 막국수도 드문것 같아서 매우 아쉽습니다.
지금과 동일한 방식으로 막국수를 내어온다면 주문하지 말것을 추천합니다.
주문메뉴표에서 아래에 있던 포장판매를보셨는지.
토담에서는 닭갈비(굽기전의 생닭으로)는 물론 닭강정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메뉴표를 보고 주문을 한건 아니고, 가게를 나서는 손님들 중 한상자씩 손에 쥐고 가는 손님들이 제법있어서 호기심에 따라 주문을 해보았습니다.
닭갈비집으로 유명한 곳이니만큼 닭강정도 뭔가 특징이 있겠지하는 기대감으로 말이죠.
비주얼은 먹음직 스럽습니다.(사실 맛없는 비주얼의 닭강정 찾기가 힘들긴합니다)
먹어본 맛은 뭐랄까요, 닭강정이구나 싶습니다. 토담의 닭갈비와 마찬가지로 자극적인 맛이 덜합니다.
시중의 프랜차이즈 닭강정이 상당히 달다보니 그 기준으로 보기에 삼삼한 편이지, 결코 싱거운 맛은 아닙니다.
충분히 맛있는데요 조금 더 익혀주면 더 맛있어지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아쉬움은 있네요.
다음은 메이플 닭갈비(메이플가든)입니다.
토담보다는 리뷰도 사람도 적은 편이지만 나름 꽤 인지도 있는 닭갈비 가게죠.
가게가 사거리의 한 모서리에 위치해 있고 그 외형도 눈에 띄는 편이라 차를 타고 다니며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길치인 저도 처음에 어렵지 않게 찾았으니까요)
밖에서 바라본 메이플은 나무를 주된 재료로 건물을 만들어 닭갈비집스럽지 않은 외형을 자랑합니다.
일단 외형으로는 건강한 맛을 지향한다는 가게의 설명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가게의 익스테리어에 이렇게 신경을 쓰는 닭갈비집이 있을까싶네요.
도심과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한적한 식당들이 가게의 외관에 신경쓰는 사례가 드문건 아닙니다만, 비싸고 고급음식이라는 개념과는 멀리 떨어진 닭갈비 식당이 이렇게 꾸며져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드물고 재미있는 경우 아닌가 싶네요.
연못위의 나무데크를 따라 건물로 입장할 수 있습니다. 이쯤되면 가게 자체가 차별화요소이자 경쟁요소가 아닐까 하는데요.
문앞의 테이블은 식사 후 커피한잔 또는 대기손님용으로 쓰는 용도 아닐까 합니다.
철판을 먹을 건지, 숯불을 먹을 건지 카운터에서 먼저 확인하는 사항인데요, 대기 손님이 있을 경우 이렇게 미리 체크할 수 있게 해두었네요.
실내역시 외관에 걸맞게 나무가 많이 사용되었는데요, 계단역시 그러합니다.
좁다는 점 외에 크게 나무랄 점은 없으나, 화장실 내부도 나무를 활용해 만든점은 과욕 아닌가 합니다.
개인적으로 건식화장실이란 것을 빛좋은 개살구로 생각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부주의하게 쓸수밖에 없는 공용화장실을 나무로 처리했다는건 위생관리를 어렵게 만들수 밖에 없다 생각됩니다.
건물이 본관, 별관으로 이루어져있는데 별관은 사진처럼 철판닭갈비구역이고, 본관은 1층이 숯불 2층이 철판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이는 숯불 고객보다는 철판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음을 의미하겠죠?
오늘 저희 가족은 숯불을 먹을 예정이기에 본관 1층의 적당한 자리에 앉았습니다.
여름이라 그런지 숯불을 찾는 손님이 줄어든 느낌입니다.
간장닭갈비 3인분을 주문했습니다. 사진과 같이 초벌구이가 되어 나오는데, 장단점이 있는듯 합니다.
장단점은 아래에 설명달겠습니다.
연기를 빨아들이는 연통하나만 다를뿐인데 뭔가 좀 정리된 느낌이네요.
초벌이 되어 나오기에 굽고 익히는 시간이 확실히 짧아지고, 덜 익히는 곳 없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토담보다 굽는 시간이 짧은 영향도 있겠지만 확실히 고기가 숯에 덜 탑니다. 아마 이것도 초벌의 영향이 크겠죠.
(직접 비교를 해본건 아니지만 숯이 토담에 비해 약한듯하네요)
캬~~ 말이 필요없을 비주얼. 술없이 그냥 먹기엔 너무나도 아깝네요. 하지만 전 계속 운전을 해야 하므로... ㅠ
고기가 부들부들하고 맛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양이 적지 않습니다. 너무 좋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문제가 있습니다.
초벌이 되어 나온 닭갈비는 여러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덜익힌 부분없이 빠르게 굽혀지고, 덜타기도 하고.
그런데 먹어보니 뭔가 느끼한 맛이 있습니다. 이것은 닭고기 특유의 느끼함이 아니라 시간이 좀 지난 기름으로 인한 느끼함입니다. 이미 알고있어서 그런지 초벌구이로 가져다주는 닭갈비 자체에 기름기를 많이 빼서 주긴 합니다만 시간의 탓은 어쩔 수 없는걸로 보이네요.
메이플의 막국수는 추천할만 합니다.
막 대단한 맛집의 막국수는 아니지만 닭갈비집에서 내어주는 막국수치곤 감칠맛이 있어요.
무엇보다 토담과는 비교불가입니다 ㅎ
식사후에 가게 뒷쪽에 위치한 연못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여기 사장님이 음식외에도 분위기에 얼마나 신경쓰고 있는지 가본 사람은 알 수 있습니다.
(아마 메이플에 몇 번 가보게되면 끝없이 관리의 손길이 닿고 있다는 점을 누구나 알게될듯 하네요.)
토담이나 메이플이나 모두 닭갈비라는 싸고 흔한 대중적 메뉴를 가지고 규모를 키운 식당입니다.
그러다보니 닭갈비라는 음식만으로 모자른 분위기나 특징을 돋보이게 만든 식당들이기도 하구요.
두 곳 모두 춘천맛집이고 닭갈비맛집입니다.
토담은 고기가 신선하고 담백했지만 양이 적고 고기굽기가 힘들었습니다.
메이플은 맛과 양 둘다 만족스럽고 고기도 상대적으로 굽기 쉬웠습니만 느끼한 맛이 좀 느껴졌습니다.
닭갈비 레시피보다는 글쎄요... 식당의 운영방식이 맛의 차이를 결정하는듯 하네요.
두 가게의 위치가 비슷한 곳에 위치했다면 한 닭갈비집을 선택해야겠지만, 위치가 제법 다른 만큼 두 곳을 한번씩 찾아가보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 춘천은 관광의 도시니만큼 한번만 찾고 말곳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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